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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봉한 한국 영화 서복은 복제 인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감성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이 영화는 SF 장르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액션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선에 집중했다. 이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SF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해외 SF 영화들은 주로 과학적 설정과 스케일을 강조하며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서복은 인간 복제라는 설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보다는 인물들의 내면 변화와 감정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점에서 서복과 해외 SF 영화들은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과연 서복이 기존 SF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을까? 영화의 스토리, 연출, 그리고 철학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영화 서복의 이야기
서복은 복제 인간이라는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영화의 중심은 철저히 인간적 감성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기존의 SF 영화들이 미래 사회와 기술 발전의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방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주인공 기헌(공유)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로, 정부의 의뢰를 받아 복제 인간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단순한 호위 작전이 아니라, 점차 서복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이야기는 감성적인 드라마로 흘러간다. 영화는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단순히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외 SF 영화 중에서는 A.I. (2001), 엑스 마키나 (2014), 블레이드 러너 2049 (2017) 등이 서복과 유사한 설정을 가진 작품으로 꼽힌다. A.I. 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인공지능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감정을 탐색하는 여정을 다룬다. 서복 역시 복제 인간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고 감정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A.I.는 보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SF적 요소가 더 강하다. A.I. 의 주인공인 인공지능 소년 데이비드는 인간처럼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결국 인간이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게 된다. 영화는 그의 여정을 통해 인간성과 감정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데, 서복 역시 복제 인간이 인간과 얼마나 닮아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감성적인 접근을 취한다. 한편, 엑스 마키나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존재론적인 고민을 제기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로봇이 점점 더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인간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서복 역시 복제 인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지만, 엑스 마키나가 차갑고 이성적인 톤으로 접근하는 것과 달리, 서복은 감정적이고 서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전개 방식도 차이를 보인다. 엑스 마키나는 밀실 심리극의 형태로 진행되며 서스펜스를 강조하지만, 서복은 로드무비에 가까운 형식을 취하면서 두 주인공이 점차 교감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복제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며 존재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복제인간은 인간보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되지만, 그들 또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서복 또한 복제 인간을 단순한 실험체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철학적인 질문과 강렬한 비주얼을 결합한 반면, 서복은 보다 감성적인 드라마로 접근하며 철학적 고민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서복은 SF 영화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SF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미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과 과학적 요소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서복은 이러한 과학적 설정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하며, 기존 SF 영화들이 던지는 기술 발전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나 사회적 변화보다는,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적인 정서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또한 서복은 액션보다는 감성적인 연출을 강조하며, 철학적인 고민보다는 인간적인 교감을 주요 서사로 삼는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기헌과 서복은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점차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기헌은 처음에는 서복을 단순한 실험체로 여기지만, 점점 그를 인간처럼 대하게 되고, 결국 서복을 보호하려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서사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기존 SF 영화들과 맥락을 같이하지만, 서복은 액션과 스릴러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더욱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서복은 해외 SF 영화들과 설정 면에서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이야기 전개의 방식과 감성적인 접근법에서 차이를 보인다. 기존 SF 영화들이 철학적 질문과 기술적 상상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서복은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감성적인 드라마로 풀어내며 보다 대중적인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SF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인간적인 감성을 강조한 색다른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적 접근이 SF 팬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보다 정통적인 SF 요소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해외 SF 영화 비교
연출 측면에서도 서복은 전형적인 SF 영화와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SF 영화들은 CG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래적인 비주얼을 구현하거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연출 기법을 선보인다. 그러나 서복은 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CG나 대규모 액션 신보다는 현실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감성적인 영상미를 강조했다. 배경도 대부분 도심이 아닌 자연 속에서 진행되며, 이는 영화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묘사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터스텔라 (2014)는 광활한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웅장한 스케일과 정교한 과학적 설정을 강조했다. 서복은 이러한 SF적 장치를 최소화하고, 대신 인물 간의 정서적 교류에 집중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일본 영화 기억을 만나다 (2018)와도 유사한 접근 방식이다. 기억을 만나다는 미래 기술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SF적 요소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더 중요하게 다뤘다. 또한 서복은 카메라 워크와 색감에서도 차분하고 서정적인 톤을 유지한다. 이는 엑스 마키나의 차가운 색감과 대비된다. 엑스 마키나는 미래적이면서도 고립된 공간을 강조하여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심리적 긴장감을 높인다. 반면, 서복은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따뜻한 색감을 활용하여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관객이 서복이라는 캐릭터에 더욱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돕지만, 동시에 SF 장르 특유의 강렬한 비주얼적 임팩트는 부족하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서복이 전달하는 메시지
SF 영화들은 보통 기술 발전과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서복 역시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생명의 의미와 인간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그 방식은 전통적인 SF 영화들과 다르다. 엑스 마키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가능성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며,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반면, 서복은 복제 인간이라는 존재를 철학적 논쟁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감정적인 캐릭터로 묘사하며 인간적인 교감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탐구했던 블레이드 러너 2049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또한 서복은 복제 인간을 단순한 과학적 산물이 아닌 감정을 가진 존재로 그린다. 이는 A.I.의 소년 로봇 데이비드와 유사하지만, A.I. 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의 시점에서 서사를 풀어간다면, 서복은 복제 인간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러한 감성적인 접근 방식은 SF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SF의 본질적인 철학적 논의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서복은 인간 복제라는 SF적 설정을 활용하면서도, 철저히 감성적인 접근을 택한 영화다. 이는 기존의 SF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SF 영화에서 기대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탐구나 미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력은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감정선과 인간적인 교류를 중시하는 드라마적 요소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정통 SF적 요소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