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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포스터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엑시트는 단순한 재난 영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당시 국내 재난 영화 시장은 비교적 정체되어 있었고, 대부분의 작품이 묵직하고 감정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기반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엑시트는 유쾌한 분위기와 현실적인 재난 설정,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조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열었다. 조정석과 임윤아라는 예상치 못한 조합은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주었고,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청년층과 가족 단위 관객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도시 재난이라는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의 탈출기,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적 유대와 성장의 이야기는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 공감과 울림을 동시에 선사한다. 본 글에서는 엑시트를 중심으로 한국형 재난영화의 변화 가능성을 조명하고, 주요 캐릭터들의 구조적 매력과 영화의 흥행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본다.

영화 엑시트 재난영화 재조명

한국형 재난영화는 오랜 시간 동안 ‘국가적 위기’ 혹은 ‘사회적 재난’이라는 큰 스케일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영화 해운대, 부산행, 판도라 등은 모두 대규모 재난을 배경으로 하며, 등장인물 역시 정치인, 과학자, 군인 등 국가적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엑시트는 이러한 전형을 철저히 탈피한다. 이 작품은 대단한 직업이나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닌, 평범한 백수 청년과 호텔 연회장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이들의 배경은 매우 일상적이고 현실적이다. 영화 초반, 용남은 취업 실패로 가족 모임에서도 눈치를 보며, 사회적으로 ‘루저’ 취급을 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의주 역시 외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내면의 갈등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지닌 인물이다. 이렇듯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점은 관객의 몰입감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관객은 ‘저 인물이 나일 수도 있다’는 감정을 갖게 되며, 영화 속 사건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재난의 소재 또한 기존과는 다르다. 거대한 쓰나미나 전염병, 좀비가 아닌, 도시를 뒤덮는 정체불명의 유독가스라는 설정은 현실과의 접점을 강화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환경 재난이나 산업재해와도 연결 지을 수 있어 영화적 상상력이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 도심 속 빌딩, 옥상, 간판, 드론, 클라이밍 도구 등이 탈출 수단으로 등장하며 현실적이고도 신선한 탈출극이 연출된다. 또한 엑시트는 코미디와 재난 장르의 조합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장르의 긴장감만 강조되던 구성을 탈피했다. 영화는 위기 속에서의 슬픔이나 절망보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웃고 움직이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엑시트는 재난영화의 무게를 덜면서도, 오히려 진정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한국형 재난영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인물분석

엑시트의 주인공 용남과 의주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재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동시에, 관객에게 감정적 설득력을 전달하는 핵심 인물이다. 먼저 용남은 단순한 주인공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가진 현실적인 고민과 좌절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구성된다. 영화 초반 그는 과거 대학 시절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활약했지만, 현재는 취업 실패로 인해 가족에게도 어깨를 펴지 못하는 인물이다. 부모님의 애정 어린 잔소리와 사회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 그는 점차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재난이 닥친 순간, 용남은 갑작스럽게 변화한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신의 능력을 다시 꺼내 들고, 생존을 위한 판단과 행동을 능동적으로 수행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캐릭터 성장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잠재된 본능이 위기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를 구하려는 그의 선택은 관객에게 깊은 감정을 전달한다. 의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그녀는 단순히 여성 조력자가 아니라, 용남 못지않은 판단력과 행동력을 갖춘 인물로 묘사된다. 호텔 연회장의 직원으로 등장하는 그녀는 재난 상황이 벌어지자 침착하게 대응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구조를 시도한다. 특히 드론을 조작하거나 건물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는 장면에서는 여성 캐릭터로서의 수동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두 인물은 과거의 동아리 선후배라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재난 속에서 단순한 로맨틱 파트너가 아닌,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이런 구도는 기존 영화의 클리셰를 거부하면서도, 관객에게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결과적으로 엑시트의 인물들은 단순히 극적인 상황을 이끌어가는 기능적인 존재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충분히 존재할 법한 입체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의 선택과 행동은 이야기 전개를 넘어서 영화의 주제를 더욱 강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흥행포인트

엑시트는 2019년 7월 개봉 이후 관객 수 약 942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대성공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단순히 장르적 재미나 유명 배우의 출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이 사랑받은 근본적인 이유는 기존 재난영화와는 차별화된 접근, 관객과의 정서적 교감, 그리고 철저한 완성도에 있다. 첫 번째 흥행 요인은 접근성이다. 엑시트는 ‘백수’와 ‘직장인’이라는 설정을 통해 20~30대 젊은 층의 공감을 끌어냈고, 동시에 가족 중심의 스토리와 유머 요소로 인해 중장년층, 가족 단위 관객층까지 아우를 수 있었다. 재난영화가 갖는 기본적 긴장감에 더해, 이질감 없는 일상적 설정과 친숙한 대사, 유머가 결합되면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조정석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코믹과 진지함을 오가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바 있는데, 엑시트에서는 그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그의 재치 있는 대사 처리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그리고 위기 속 인간미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한다. 윤아 역시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넘어서, 자신만의 자연스러운 매력과 연기력을 입증하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는 기술적 완성도다. 클라이밍 장면과 빌딩 사이를 이동하는 액션은 대부분 실제 연출과 최소한의 CG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영화의 현실감을 강화하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네 번째는 사회적 메시지의 내재화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거나 주제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년 실업, 가족 내 갈등, 도시 구조의 문제점 등 다양한 현대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이와 같은 서사 방식은 상업성과 예술성, 오락성과 메시지 전달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 전략 또한 주효했다. SNS 바이럴, 예고편 구성, ‘현실 탈출’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활용한 홍보 방식은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엑시트는 흥행만이 아닌, 한국 상업영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엑시트는 단순한 장르 영화로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 감정적 공감, 인물의 성장 등을 모두 담아낸 수작이다. 기존 재난영화가 제공하던 감정적 무게감이나 사회 비판적 시선 대신, 일상 속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한국 영화가 새로운 장르적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이며, 앞으로도 이처럼 신선한 시도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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